사회복지사의 일상과 생각

가치 있는 사진이 가치 있는 사람을 만든다

내이름은수지 2021. 1.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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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사진이 가치 있는 사람을 만든다

우리 집에는 작은 필름 카메라가 있다.

아버지는 그 카메라로 어린 시절의 모습을 찍어주곤 하셨다.

가끔 그 사진을 보며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사진 속 모습은 밝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계곡에서 노는 모습, 현충사에서 훌라후프 하는 모습이 있다.

아마도 사진을 찍던 아버지는 밝은 모습을 담고자 노력한 것 같다.

인상을 쓰거나 짜증내는 모습보다는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을 기억하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찍던 필름 카메라는 사라졌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언제든지 쉽게 꺼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오늘 점심으로 먹은 돈까스를 찰칵, 주말에 오른 산 정상에서 찰칵, 스마트폰만 있다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업무 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다.

과거에는 회사에 있던 디지털카메라로 보고서용 사진을 찍었다면 지금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업무에 필요한 사진을 찍는다.

사업계획서, 결과 보고서, 보도자료 등 다양한 부분에 사진이 쓰인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배웠는가?

 

얼마 전 ‘○○시, 긴급재난지원금 찾아가는 신청 운영’ 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여느 기사처럼 사진과 기사의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다.

대부분 기사 속 사진은 기사와 관련 있는 사진을 배치한다.

코로나 사태로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하여 신청이 어려운 어르신의 댁에 방문하여 신청을 받는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거동이 어려운 분들을 대상으로 직접 방문하여 신청 절차를 돕는다는 부분에서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기사에 있는 사진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불편함이 생겼다.

사진 속 모습은 어르신의 손을 서류로 가져다 대며 지장을 찍고 있었다.

그 사진을 보면 마치 강제로 서류를 작성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이렇게 사진이 보여주는 힘은 대단하다.

박수 받을만한 일을 하면서도 사진 한 장이 아쉬웠다.

 

다른 듯 비슷한 경우는 또 있다.

겨울이면 지역 내 기관, 단체에서 김장행사를 한다.

정성껏 버무린 김장김치를 상자에 넣고 스티커를 붙인다.

스티커의 내용은 대부분 이렇다.

‘저소득층을 위한 김장나눔 행사, 취약계층 김장 지원’ 그리고 김장 상자를 전달하며 사진을 찍는다.

‘나는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줬어’ 하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사진의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

불쌍하게 만드는 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사진을 찍히는 사람 역시 자신이 불쌍하다고 생각할까?

 

 ‘그림 하나는 말 천 마디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사진 하나에 부여할 수 있는 의미는 다양하다.

그리고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그래서 가치 있는 사진을 찍고자 노력해야 한다.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다고 그 모습을 부각해 찍을 필요는 없다.

돕는 과정에서의 밝은 모습을 찍어도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된다.

흔히 알고 있는 생색내기 식의 사진을 찍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불쌍한 사람을 돕는다고 불쌍한 모습을 찍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고 어려운 모습을 찍는 것은 이제 멀리해야 한다.

사진 하나로 영원히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으로 남는다.

이는 비단 사회복지 현장뿐만 아니다.

우리 사회는 한 장의 사진으로 그 사람을 영원히 불쌍하게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집에 있는 앨범을 보며 행복한 유년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어린 시절 촬영했지만 이렇게 사진은 길이길이 남는다.

반면에 ‘저소득층’, ‘취약계층’의 모습으로 촬영된 사진 속 사람은 영원히 불쌍한 사람으로 남는다.

셔터가 눌리는 시간은 단 0.5초,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는 사람을 가엽게 보호해줘야 할 사람으로 만든다.

사진 속 사람은 말이 없다.

그저 보여주는 사진이 “나는 불쌍한 사람이야, 날 도와줘”라고 말한다.

사진 속 프레임 밖에서 이들은 모두 같은 사람이고 이웃이다.

사진 속 모습으로 이웃을 구분 짓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을 찍더라도 가치 있는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셔터를 누르는 0.5초 그 찰나의 순간에 사람의 가치가 담기는 것을 잊지말자.

 

 

 

http://www.newscitiann.com/detail.php?number=49745&thread=22r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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