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일상과 생각

사회복지칼럼 / “안녕하세유” 인사 한마디… 지역복지의 시작입니다

내이름은수지 2021. 1. 1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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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유~ 복지관 이사왔슈~"

 

우리나라는 독특한 이사 문화를 가지고 있다.

어릴 적 몇 번의 이사를 경험했는데 어머니는 그때마다 붉은 팥으로 시루떡을 해서 이웃과 나누었다.

붉은 팥은 잡귀를 쫓는 의미가 있기에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와서 떡을 나누는 것은 가족과 이웃의 무탈함을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떡을 나눠 먹는 풍습은 지역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주민의 일원으로 받아주길 요청하는 데서도 비롯되었다.

최근 들어 이러한 풍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제 이사를 한다고 해서 떡을 돌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거 형태는 주택에서 아파트로 변화했고 이웃에 무관심해지기 시작하며 새로 이사를 한다고 하여 그곳 지역주민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어색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 건네주는 음식을 쉽게 받아먹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이처럼 과거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우리만의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이웃 간의 '인사'도 없어졌고 '소통'도 사라지는 것이 피부로 와닿는다.

 

당진북부사회복지관은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상점가와 관공서가 밀집해있는 당진1동에서 그 흔한 떡볶이가게 하나 없는 정미면에 새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이삿짐 정리를 끝낸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지역 주민을 만나는 일! 즉, '인사'였다.

정미면은 우리 복지관의 서비스 권역이고 사업도 여러 차례 진행한 곳이다.

그동안 스쳐 지나가듯 머물던 정미면이 이제 우리의 터전이 되었다.

그래서 지역주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이사'를 구실로 인사를 시작했다.

우리의 인사는 조금 특별했다. 안녕을 비는 이사 떡이 아닌 시원한 음료수와 사회복지사의 명함, 소식지가 전부였다.

지역주민이 더불어 잘살고 있는 정미면에 잡귀를 쫓을 이사 떡은 필요하지 않다.

떡 대신에 '마을의 변화를 도와주는 사회복지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였고, 이러한 특별함을 구실로 삼고 마을 곳곳으로 인사를 다녔다.

 

"안녕하세유? 위쪽에 이사 온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직원입니다.

이 동네로 이사 왔는데, 인사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할머니는 조금 놀란 모습을 보였다.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보인다.

젊은 사람이 갑작스럽게 찾아와서고, 그 젊은이가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원주민의 연령대가 높은 정미면에서는 처음 보는 청년이 인사를 하는 장면은 조금 낯설다.

그래도 할머니는 우리를 집으로 초대했고 인사를 받아주셨다.

떡 대신 가져간 음료수와 소식지를 건네며 인사를 시작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본인이 만든 쑥개떡을 내어주셨다.

그리고 다음 날에도 받으러 오라며 새로 이사 온 우리를 좋아해 주는 눈치셨다.

이후에도 재밌는 상황은 연출되었다.

 

"이사 왔다고 했쥬? 요~ 밑에 집에 다른 할머니도 있는데 같이 가볼래유?"

 

할머니는 이웃 주민을 소개해준다며 앞장섰다.

길 건너 집으로 들어가서 또 다른 주민을 소개해주었다.

복지관의 이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던 찰나에 주민을 소개해준 할머니가 직접 복지관의 소식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주민을 이러한 방식으로 만났다.

이렇게 재밌는 인사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지역 주민과의 인사 속에서 몇 가지 특징을 찾았다.

 

첫번째, 지역주민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거미줄같이 서로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주민들은 이웃의 숟가락 개수도 속속들이 꾀고 있다.

이러한 망의 연결은 어디 한 곳 끊어지지 않고 주민들을 이어주고 있다.

연결된 주민들은 이웃의 어려운 일은 물론이고 기쁜 일도 함께 나누는 관계를 맺고 있다.

적어도 이곳 정미면 천의리에서 외로운 주민은 단 한명도 없다.

두번째, 지역주민들 안에 해답이 있다.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주민들은 관계망 속에서 힘을 가지고 있다.

이 힘은 주민들의 갈등과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주민들은 이웃의 일을 남 일이라 생각지 않고 공동체의 일이라 여긴다.

그래서 정미면 천의리는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힘이 있다.

주민들 간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고, 지역 내 문제를 주민이 자치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즉, 주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지역주민들 안에 그 해답이 있는데 촘촘하게 연결된 네트워크망을 기반으로 해답을 찾고 있다.

 

이사를 구실로 시작한 '인사'에서 지역복지의 시작인 '주민과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지역복지를 하는 사회복지사가 컴퓨터 앞에서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과연 지역복지를 하는 것일까?

나 자신부터도 출근하며 오늘은 어떤 서류를 작성해야 할지 목록을 확인한다.

물론 서류 작업도 지역복지의 중요한 일부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역복지의 답은 컴퓨터가 아닌 주민들 안에 있다.

마을 주민을 두루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며 마을 주민과 동화되어야 한다.

마을 주민이 되지 않으면 지역 복지는 할 수 없다.

출근해서 어떤 서류를 작성할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주민을 만날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오늘 또 다른 주민을 만나기 위해 사회복지사 명함과 음료수를 챙긴다. 

 

 

https://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8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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