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매년 시행되는 사업의 담당자로서 밑반찬 포장과 전달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들의 동선을 함께 신경 쓰고 있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묻어 나온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급한 성격에서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비단 이 사업뿐만은 아니다.
사업의 준비도 진행도 결과 보고도 빠르게 한다.
이런 점에 대해 간혹 생각한다.
“빠르게만 하면 굳이 사회복지사가 아니어도 될 것 같은데?, 빨리빨리 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얼마 전 밑반찬 전달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를 만났던 일이다.
엄마와 함께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초등학교 4학년 성제는 어르신들을 찾아뵈며 반찬을 전달하고 안부 인사를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봉사활동에 참여한 성제는 지난주에 한 할아버지 댁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는 그 집에 가지 않는 것인지 사회복지사에게 물어보았다.
사회복지사인 나는 아차 싶었다.
새로운 자원봉사자가 합류하면서 성제가 맡았던 그 할아버지 댁을 다른 자원봉사자에게 맡겼다.
그리고 성제에게는 할아버지 댁을 제외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지 못했다.
그저 빨리 일하려 했던 사회복지사가 초등학교 4학년 성제에게 불의의 일격을 가한 것이다.
빨리빨리 속에서 사업의 본질을 생각하지 못했다.
밑반찬 지원 사업이 맛있는 반찬을 전달하는 것도 있지만 반찬을 매개로 이웃 간의 정을 살리는데도 목적이 있다.
반찬을 통해 자원봉사자가 이웃과 더불어 살게 돕고자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웃 간의 정을 살려 인정이 흐르는 사회를 만든다고 했는데 초심을 잊고 있었다.
어쩌면 초등학교 4학년 성제가 이웃과 이웃이 연결된 과정을 더욱 중시한 것 같다.
나는 성제에게 사과하고 다음 주 원래대로 그 할아버지 집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 자원봉사자가 있는 것은 단순히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데 그 목적이 있지 않다.
자원봉사자도 누군가의 이웃이고 우리는 그 이웃을 연결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인정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빠르다고 능사는 아니다.
매주 이웃 간의 정을 살려 인정이 넘치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있는 성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https://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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