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일상과 생각/복지 넋두리

"우리 언제 또 만나요?" / 사회복지사가 보고 싶은 한 어르신

내이름은수지 2021. 3. 14.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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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두 번 한 어르신에게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으면 그 어르신은 내가 항상 바쁜데 전화를 해서 미안하신지, 목소리가 급하시다.

"우리 언제 또 만나요?, 올해는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거리가 없을까요?"

이 어르신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2018년 복지관에 입사 후 함께 만난 어르신들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것 같다.

코로나, 복지관의 이사 등,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잘 만나지 못하게 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바쁘게 일하는 사회복지사라고 생각해서 일까?

전화 한 통으로 물어보는 분들도 몇 분 없다.

그마저도 금세 복지관의 근황만 물어보시고 끊으신다.

"우리 도 언제 만나요?"라는 말을 계속하고 싶으실 텐데 말이다.

 

이 어르신들을 만난 건 2018년 겨울이다.

모 대학의 학생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겨울 방학을 맞이해서 중단될 계획이었다.

"우리 여기 안 나오면 이제 뭐해요?"

"일주일에 한 번인데, 보고 싶을 것 같은데..."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한정되어 있으니, 어르신들은 아쉬움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관계를 잘 맺어왔는데, 그 상황이 끝날 것이라고 하니 더 아쉬운 듯했다.

그래서 어찌어찌 시작한 미술 프로그램, 할매공방

그렇게 2년 동안 어르신을 만나왔다.

사회복지를 처음 시작하면서 참 고마운 어르신을 많이 만났다.

대부분 할매공방을 함께한 분들이다.

2년 동안 함께 했는데, 올해는 그 만남에 기약이 없다.

 

내 잘 못이 크다.

할매공방 프로그램은 이제 끝났다고 이야기를 못했다.

어느 정도 눈치를 챈 어르신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끝이라고 이야기를 안 했으니 우리 한 선생이 뭘 준비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복지관을 중심으로 복지관의 힘으로 계획했으니, 복지관이 빠지니 그 모임은 유지될 수 없었다.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그 모임을 이끄면 좋지만, 그분들은 대부분 연로하신 어르신들이다.

 

오늘도 전화 한 통을 받으며 머릿속으로 아차 싶은 생각을 한다.

우리 이제 자주 만나지 못한다고, 끝났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구실을 만들어서 만날 수 있게 해야 하나?

 

확실한 것은 당분간, 그분들을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일은 없다.

조만간 시간을 내어 지난 2년이라는 시간의 고마움을 표현해야겠다.

사회복지사 한수지가 아닌, 인간 한수지로서.

그것이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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