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일상과 생각/복지 넋두리

업무시간 외 전화를 받을지에 대한 고민 / 사회복지사의 고민

내이름은수지 2021. 4. 15. 22:34
728x90
반응형

생활시설에 근무하지 않고

특별한 경우(단기성 긴급 보호 시설 등)를 제외하고는

보통의 사회복지사라면 09시 부터 18시까지가 근로시간일 것이다.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18시 이후에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굉장한 실례이다.

실제로 근무하는 기관에서도 18시, 아니 17시 정도가 넘어가면 카카오톡 등을 통해 업무 지시를 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17시부터 업무에 대해 방관하거나 그런 소리가 아니고,

퇴근을 앞둔 시점에서 상대방을 생각해서 업무에 대해 지시하지 않는다.

나 또한 퇴근 이후의 삶을 굉장히 즐기는 편이라서, 퇴근 이후의 간섭을 조금은 불편하게 생각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해한다.

퇴근 이후에 등산을 즐긴다.

 

사회복지사, 사례지원 담당자로 일한 지 언 3년이 다되어 가고 있다.

야근을 하는 중에 18시가 넘어서 당사자에게 전화를 한 적도 있다.

청소년의 부모님이거나 직장생활을 하는 성인이라면 18시 이후에 전화를 하는 것이 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야근을 한다고 밤에 전화를 한 적도 있으니, 나도 실례를 범한 편이다.

미안한 마음이 커서일까?

퇴근 이후, 주말에 당사자에게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가 오면 받는 편이었다.

얼마나 급하게 상의할 일이면 전화를 할까?

 

전화를 받아보면 급하게 상의할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

"한 선생님, 생각나서 전화했어요. 괜찮으면 소주 한잔해요"

"낮에 이야기한 게 갑자기 생가 나서요(...)"

여러 가지 이유로 퇴근 이후 또는 주말에 전화를 걸어온다.

 

전화가 오는 부류는 대체로 두 가지 정도이다.

첫 번째, 여성 어르신들

여성 어르신들과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함께 하다 보니 주말에도 간혹 전화가 온다.

내가 전화가 없었을 때, 생각나서 전화했거나 언제 식사 한번 하자는 전화다.

한편으로는 나를 잊지 않고 전화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고맙다.

잊을 수 없는 할매들

두 번째, 중장년의 남성들

대체로는 술을 마신 후 전화가 온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술을 마시면 내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이 또한 감사하다.

 

그래서 대체로 나는 사회복지사로 근무를 하기 시작하면서

저녁에도 주말에도 이런 전화를 받았다.

 

오늘도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당사자와 나 자신을 위해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알아주겠다고 전화를 시작하지만,

퇴근 후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면서 내 기분이 엇나가 당사자에게 가슴 아픈 화살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를 생각하는 마음에 전화를 받았지만, 그 끝은 당사자에게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말 급하거나, 큰일이 났다면 내가 전화를 받아도 해결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부분은 나에게 전화를 할 것이 아닌, 112나 119를 통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전화를 한다.

퇴근 이후에 일찍 잠이 들었다고 솔직한(?) 핑계를 댄다.

그리고 차분한 가운데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이런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례 지원 담당자에게 기관 차원에서 전용 휴대전화를 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다.

이미 시청의 행복키움팀 사례지원 담당자들은 전용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개인의 사회복지사를 위한 것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이 당사자를 조금 더 잘 돕기 위함일 것이다.

 

휴대전화가 없었을 때 삐삐를 기억하는가?

상대방에게 삐삐를 쳐서 번호를 남기면, 근처 전화를 찾아 전화를 걸곤 했다.

당사자의 부재중 전화, 전화를 요청하는 삐삐 정도로 생각하면 어떨까?

 

 

 

 

 

728x90
반응형